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종종 쓰레기집에 관한 영상들을 본다. 그 영상들을 보면 나를 객관화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. 쓰레기집 중 상담 신청을 받아서 무료로 정리해주는 팀도 있었는데 그들을 보면 그 방을 통해서 그 사람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. 그래서 종종 나도 그런 시선으로 내 방을 본다. 쓰레기집처럼 모든 곳에 쌓여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서 물건들을 흐트러져있고 갈 곳을 찾지 못한다. 방은 내 기분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변한다. 공통점이 있다면 필요에 따른 분류는 해 두었지만 물건들에 대한 애착은 없다는 것이다. 필요에 의한 것일 수록 쳐박히는 대우를 당하고, 꿈에 관한 것일 수록 중심에 나와있지만 쓸데없이 많다. 내 현실이 꿈을 소화하고 있지 못하는 거다. 늘 그 정도만 해석했었다.
최근에 드는 생각은 내가 나를 싫어한다는 것이다. 살아야 하고,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필요한 것들을 열심히 채우며 살고 있지만 사실은 이런 인생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다. 열심히 살았다는 게 나를 싫어할 더 강력한 이유가 된다. 너는 열심히 살아도 이만큼밖에 안 되니......하지만 그런 나를 안고 갈 사람도 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내려놓지도 못하고 안지도 못하고 그렇게 짐 속에서 간신히 숨을 쉬고 있던 거다.
나를 놓기 위한 노력도 안 한 것은 아니지만, 어릴 때부터 나중에 내 삶이 의미가 없게 느껴지면 어떻게 살아야할 지 생각해둔 게 있다.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살려고 해도 조건이 안 된다. 나를 놓기 위해서라도 조금은 나아져야 하는 상황이다. 그래서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나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. 버리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될 것같다. 하지만 내가 이렇게 나를 싫어하는 것도 사실은 내가 나에게 꿈이 있었고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었을테니 다시 힘을 내본다. 죽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. 그게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다.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좀더 잘 죽을 수 있게 움직여보자.
#방정리일기
#나와의관계
#죽을수있는자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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